2012년 봄, 제주도. – 박미진

by Be-Blogger Korea on: 5월 8th, 2012

모든 일이 그렇듯이, 가끔은 온전한 공백의 시간이 필요한 때가 있지요.
생업 그 자체가 주는 정신적 압박도 있지만, 누군가와 함께 일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다고 한창 스트레스를 받을 때, 어딘가로 훌쩍 떠나는 것도 시간 때문에 마음 같지 않고요. 여러분은 이럴 때, 어떻게 하시나요?

저 역시 이런저런 일들로 고민이 많던 요즘, 다행히 이틀 정도 시간을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각도 추스릴 겸, 홀로 제주도에 다녀왔지요.
혼자 살아가는 것에 나름 익숙하다 생각했는데, 이번 여행에서 제주도의 많은 것들에서 위안을 얻는 제 자신을 발견하고 아직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답니다.

비행기에서 내려 차를 렌트하러 갔더니 아저씨께서 혼자 왔냐고 물으시더군요. 오늘은 혼자 오신 여성분들이 참 많다고 하시면서요.
다들 무슨 사연이 있어 혼자  오셨는지, 그리고 왜 나와 같이 이 곳을 선택했는지도 궁금해지더군요.

여튼 제주도에 도착하여 제일 먼저 향한 곳은 한림수목원입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날따라 푸른 풀이 그렇게나 보고 싶었어요.

식물원에선 보기 힘든 식물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지요.
그 여러 식물들 중에서도 특히 저는 선인장이 인상 깊었어요. 부족한 물을 저장하기 위해 잎을 스스로 가시로 바꾼 형태라고 하지요?

요즘 한림수목원에선 이렇게 매화분재 전시도 하고 있습니다.
큰 나무를 이렇게 작게 만든 것을 보면 참 신기해요. 사람들은 정말 자연을 사랑해서 가까이 두고 싶은 것일까요, 아니면 그 자체로 만족하지 못하고 더 이상적인 자연을 만들고 싶어하는 것일까요? 분명 아름답긴 합니다.

제가 묵은 곳에서 바로 나오면 보이는 풍경입니다.
서귀포시는 마늘이 유명하다고 하던데, 저기 펼쳐진 것이 모두 마늘밭이에요!
그리고 돌이 많은 제주도답게 담장이 모두 돌로 되어있어요. 바람이 심하게 불면 떨어지진 않을까 걱정되더라구요. 얼기설기 쌓아올린 것처럼 구멍이 숭숭 나 있는데, 몇 년이고 저 자리를 지키고 있었겠지요?

그리고 둘쨋날엔 바다로 향했습니다.
어젯밤 묵은 곳에선 밤에도 파도소리가 들리는데, 불을 끄고 누우면 꼭 심해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아주 묘한 느낌이었어요.
제주도에 사는 언니는 “제주도에 살면 바다가 질릴 줄 알았는데, 바다는 항상 다르더라.”고 말하더군요. 매일 소리가 다르고, 매일 색이 다르다고.
제가 간 날은 바닥이 들여다 보일 정도로 물이 맑았습니다. 마음이 다 씻기는 기분이었어요.

마지막으로 영화 ‘쉬리’로도 알려진 쉬리 언덕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한석규와 김윤진이 바다가 보이는 벤치에 앉아 지난날을 떠올리는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장소에요.
그들이 바라보았던 풍경일 테지요. 한적하고 고요했습니다.

앞으로 혼자 여행을 더 즐기게 될 듯해요. 이번에 느낀 건데, 혼자 하는 여행의 가장 좋은 점은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거에요. 평소에도 생각은 많이 할 수는 있겠지만, 여행이 주는 그것은 다르더군요. 타지가 주는 미묘한 느낌 때문인지, 내 안의 그 세세한 감정 한 올 한 올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있었어요.

아마 여름이나 그 언제쯤, 또다시 제주도의 위로가 필요할 때에 다시 한번 이 곳에 오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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