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off the sight, Switch on the insight: 어둠 속의 대화 – 보니

by Be-Blogger Korea on: 5월 21st, 2012

안녕하세요, 보니입니다.
오늘은 어느 햇살이 눈부시게 따뜻한 날에 나눈, 어둠속의 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 드릴까 해요. 체험전시인 <어둠속의 대화 Dialogue in the Dark>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소그룹으로 조를 이루어 약 90분 동안 로드 마스터의 목소리와 가이드, 그리고 옆 사람에게 의존해 빛이 없는 세계를 체험해 보는 것입니다.

체험을 시작하기 전에, 15분 동안 짧은 오리엔테이션을 받습니다. 이 전시의 역사와 목적, 그리고 전시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 것인지 등의 설명을 듣고 들어가게 되는데, 제가 들은 역사에 대해 짧게 얘기를 드리자면, 이 전시는 1988년 이후 유럽, 아시아, 미국 등 25개국 150개 도시에서 열렸다고 해요. 독일에서 시작되어 지금까지 약 6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 전시를 체험하고, 6,000명 이상의 시각장애인들이 이 전시를 위해서 고용되었다고 합니다.

전시회장 로비에 들어서면 프로젝션을 통해 재생되는 영상을 볼 수 있어요. 바로 각국에서 이 전시를 체험한 사람들의 인터뷰와 함께 이 전시를 처음 시작한, 안드레아스 하이네케 박사의 강연이랍니다.

여기서 하이네케 박사가 이 전시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들을 수 있는데, 그가 예전에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할 때 있었던 일이라고 해요. 어느 날 사고로 실명한 저널리스트가 재활훈련 뒤에 주어지는 직업인 지압사가 되기를 거부하고 박사가 일하던 라디오 방송국에 입사를 지원해 왔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안 됐다는 생각, 그리고 그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회의를 느꼈다고 해요. 하지만 박사는 2년 동안 그와 함께 지내면서 그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생각과 행동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2차대전 당시 유대인을 박해한 독일인과 박해당한 유대인의 피를 함께 가진 하이네케 박사는 유태인이 당한 불이익에 관심을 쏟았고 그것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터라 자신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해가 제법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전혀 그렇지 못했음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이후 박사는 그 길로 방송국을 그만두고,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만나는 장을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1988년의 일이었지요.

사실 저는 이 강연 내용을 볼 때까지만 해도 제가 체험할 환경이 정말 “완벽한, 어떠한 빛도 들어오지 않는 어둠 속”일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어요. ‘적어도 어느 정도의 빛은 들어오겠지’ 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정말 그게 아니더랍니다!

모든 짐을 사물함에 넣어두고, 전시장 입구에서 잠시 설명을 들었어요. 다들 시각장애인 분들이 쓰시는 하얀 지팡이, 화이트케인 Whitecane을 보신 적이 있으시지요? 바로 그 화이트케인을 하나씩 들고서 간단한 사용법과 안전사항 등에 대해 안내를 받는 시간이에요.

짧은 안내가 끝나고, 우리는 천천히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저희는 총 네 명이 들어가, 두 명씩 짝을 지어 이동했습니다. 한데, 정말 캄캄했어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처음에는 약간 어지러웠습니다. 그런데 그때! 어둠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바로 우리를 가이드해 주실 김형섭 로드마스터님의 목소리였어요. 마스터님의 가이드에 따라 저는 동행한 언니의 손을 잡고,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다음은…..잠깐, 혹여 체험하실 분들을 위해 너무 자세히는 말씀드리지 않는 것이 좋겠어요!

대신 처음엔 너무 무서웠다는 것과, 체험을 끝내고 나왔을 때 정말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 많은 것을 느끼고 나온다는 말씀만 드릴게요.
오리엔테이션에서 어둠에 익숙해지면 더욱 어둠을 찾게 된다고 하셨는데, 정말 그렇게 되더군요. 우리는 소리에 민감해지고, 촉감에 예민해지면서 옆 사람에게 의지하게 되고, 서로 더 많은 대화를 하게 되었어요.
또 한가지의 굉장한 사실은, 영화 식스센스처럼 체험 안에 반전이 있다는 거에요! 음, 자세히 말씀드리지 못하는 건 이해해 주실 거죠? 반전이라니까요! 하하…

모든 전시가 끝난 후, 빛에 적응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약간 어지럽기도 했고요. 후기도 적고, 우리끼리 느꼈던 느낌들을 공유했습니다. 무엇보다 어둠 속이 이렇게 편안할 수가 있다니! 저는 노래를 하는 사람으로서 소리에 대해 예민한 편인데, 이 경험을 통해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이 생겨났어요. 어둠 속에서 노래 해보기, 들려주기, 그리고 이 체험에 대해 많은 사람에게 이야기해 주기.

어둠 속에서는 제가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감사함뿐만 아니라, 타인의 처지를 이해하고 서로 협력하는 방법에 대해서 느끼게 해주었어요. 전시가 끝난 후에 운 좋게도 이 전시를 주관하시는 송영희 대표님을 잠시 만나뵐 기회가 있었는데,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 중 과연 어떤 것이 더 불편하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는 말씀을 해 주셨지요. 우리는 시각을 통해 얻는 것도 많지만, 그것에만 너무 의존하여 다른 많은 감각들이 주는 경험을 놓치며 살고 있어요. 그리고 무언가가 보인다는 사실 때문에 불필요하게 신경써야 할 것도 너무 많고요.

많은 분이 제 이야기를 통해, 세계 어느 곳에서든 꼭 이 전시에 방문해 보시길 바래요. 이 전시는 단순한 장애 체험이 아니랍니다. 90분간의 어둠은 평생 돈으로는 살 수 없을 만큼의 경험과 생각을 안겨 드릴 거에요. 몸이 불편하신 분들에 대해 많은 분들이 가지고 있을 법한 사회적인 시선도 완전히 바뀔 것이고요. 이 체험이 우리가 사는 세계를 더 좋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걸 꼭 알아 주셨으면 해요.

<어둠 속의 대화Dialogue in the Dark>는 신촌의 버티고타워에서 계속 진행되는 상설전시이니, 어둠 속에서 빛만큼이나 소중한 무언가를 얻고 싶으신 분은 언제든 찾아가 보세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로 하나의 기회(Le Figaro)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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