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의 담백한 빛: 석고와 나무로 만든 깔끔한 탁상등 – 안종우

by Be-Blogger Korea on: 6월 12th, 2012

얼마 전, 지금까지 잘 써 오던 책상 위의 조명이 파직 하고 깨졌다. 조명이라 부르기도 애매한, 쇼핑백에 전구를 넣어 걸어 둔 것이 전부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사실 요 몇 달 동안 조명을 사지 못했던 것은 딱히 마음에 드는 조명을 발견하지 못하기도 했고, 눈에 들어오는 조명들은 가격이 비싼 것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돈이 생기면 디자인 작업을 위한 공구와 재료에 써 버리는 탓도 있을 것이고. 슬슬 쇼핑백 조명을 다른 것으로 바꾸고 싶을 즈음 이렇게 전구가 깨진 것은 그냥 조명을 새로 만들어야겠다는 동기를 부여하기에 충분했다.

학생 때부터 미니멀하고 담백한 디자인을 좋아했는데, 이렇게 군더더기 없는 모습은 보는 사람이 제품 본연의 기능에 주목을 하게 할 뿐더러 제품을 더 돋보이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특히 가공을 최소화한 재료 그대로의 모습을 좋아하다 보니 나무나 돌 같은 재료를 선호하고, 색상도 모노톤에 긴장감을 더하기 위한 포인트 컬러가 약간 들어간 디자인을 선호하게 되었다.
어쩌면 요 근래 유행하는 북유럽 디자인과도 비슷한 모습일 것 같다. 간결하며 기능성을 추구하는 북유럽 디자인은 내가 평소에 흥미있어하는 특유의 색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의 디자인은 우리의 문화와도 잘 어우러진다. 조명도 마찬가지이다. 미니멀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은 제품의 기능에 대한 신뢰감을 주고, 실내 분위기를 살린다.

누군가가 내게 평소 버릇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만지는 것을 좋아해요’ 라고 대답한다. 오해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인 것을 뭐라 다르게 말하기 힘들다. 길을 가다가도 눈에 들어오는 조형이나 물건이 보이면 가서 만져 보곤 한다. 먼저 그 촉감을 느끼고 그것으로 만들면 아름다울 법한 아이디어들을 얻기 위해서이다. 하루는 디자인 색이 비슷한 후배 하나와 ‘하루종일 무언가를 만지며 다니기’ 라는 당일 프로젝트를 한 적도 있다. 우리는 서울 여기저기를 돌면서 수없이 많은 것들을 만져 보았고, 그 날 나온 아이디어들은 매우 매력적이었다.

이번 디자인에 사용한 석고도 그 중 하나이다.
석고를 만져 보았는가? 누구나 느낌은 다를 수도 있지만, 내가 받은 느낌은 ‘매우 곱구나’ 하는 것이었다. 때가 타는 것이 걱정될 만큼 순수한 흰색도 매력적이지만 피부에 닿는 석고 표면의 매끈함은 정말 곱다. 지저분한 디자이너의 방일수록 가끔은 백옥같이 깔끔한 조명이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무 군더더기 없이 조명의 기능과 깔끔함에만 집중하는 것이 이번 작품의 컨셉이었고, 을지로를 돌아다니며 구한 귀여운 조명과 석고가루, 버려진 일회용 컵과 깨끗한 나무조각이 이번 디자인의 재료 전부였다.
결과물의 석고는 마치 두부와 같은 모양! 어떤 모양이 나올지 예상은 했지만, 막상 진짜 두부 같은 전등을 보니 너무나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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