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위의 하얀 설원雪園- 안종우

by Be-Blogger Korea on: 8월 21st, 2012

올 여름, 더위로 잠 못 이루는 새벽에 갈증이 나서 더듬거리며 냉장고를 열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때 냉장고 안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은 인공적이지만 잠시나마 겨울을 느끼게 해 주었지요. 그 때마다 하얀 색깔의 냉장고가 눈밭처럼 보이곤 했습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 이라는 소설에서 부엌은 주인공에게 있어 안식처 같은 공간이라, 그 곳에서 주인공이 잠들곤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과거 감성이 가슴을 적시는 사춘기 시절, 그 소설을 읽고는 종종 나도 따라 해보겠다며 냉장고가 놓여 있는 부엌에서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곤 했는데, 그 때마다 어찌나 냉장고가 하얗게 보이는지 마치 스케치북같이 보이기도 하더라고요. 마치 이 사진처럼요.

냉장고가 스케치북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때, 냉장고를 설원이라 여기고 동물들을 올려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평소에 자주 그리던 여우와 큰 뿔을 가진 사슴의 일종인 무스를 냉장고에 풀어 주기로 결심했지요.

먼저 컴퓨터로 스케치를 하여 외형을 그리고,

그 모양대로 아크릴 조각을 레이저 커팅하였습니다.

잘려진 아크릴 조각들을 스프레이로 도색한 후 접착하였어요. 저 동물들의 뒤에는 작은 자석이 붙어 있답니다.
이제 어디 한번 냉장고에 붙여 볼까요?

마치 눈위에 있는것처럼 여우와 순록들이 붙었어요! 생각했던 것처럼 눈 위에 동물들을 풀어 놓은 그림이 나왔네요.
아직은 비가 오고 한낮의 더위가 가시지 않은 여름이지만, 흰 눈밭 위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을 그려 보았습니다.

 
 

leave your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