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통과 함께 한 2012년 – 안종우

by Be-Blogger Korea on: 12월 28th, 2012

안녕하세요? 안종우 입니다.
달력을 보니 올 한해도 며칠 남지 않았네요. 그 어떤 해보다도 다사다난했던 해였고, 그만큼 작품들도 많이 나온 한 해였던 것 같아요. 여러분의 2012년은 어떠셨나요? 올해 마무리 포스팅을 하면서 무엇을 이야기해 볼까 했었는데, 이번 한 해 동안 베네통과 함께 작업해 오면서 재미있었던 작품들을 간추려서 사진과 함께 몇 개 꼽아 볼까 해요.

전문 시각디자이너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있을 때보다도 더 많은 일러스트를 그렸던 것 같아요. 학교에 있을 때도 일러스트라 하면 어떠한 정보 제공을 위한 툴로 썼지 정말 제품과는 상관없이 일러스트 작품만을 위해 그렸던 적은 없었거든요. 포트폴리오 페이지를 정리하며 느낀 것이지만 어쩌면 제품보다도 많은 일러스트를 그렸고 점점 개인색을 드러낼 수 있었다는 게 참 뿌듯했던 것 같아요. 묻혀 있던 재미를 찾았달까요?

아무래도 일러스트 작업들이 늘어나다 보니 자연스레 평면 작업의 일종이라 할 수 있는 패키지 작업을 건드린 것도 기억에 많이 남네요. 덕분에 천연비누를 만드는 재미도 느꼈구요. 다른 것보다도 제 머릿속의 스토리를 실제화시킨 것들이 너무나 많은 한해여서 하나하나 만들어내던 이 모든것들이 마치 다 누군가가 준 선물 같았지요.

이녀석도 잊을 수가 없죠. 요즘에도 저와 함께 많은 작업을 하는 친구에요. 어쩌면 이 녀석의 아이디어 덕분에 전시회를 진행시킬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일전에 아이디어를 내놓고 조금 작업을 하다가 학교 졸업 때문에 잠시 손을 놓고 있던 작업인데 베네통 Be-블로거를 시작하며 다시 빛을 보게 되었죠. 소재에 대한 탐구를 계속하게 해준 작품이에요.

소재를 계속 찾다 보니 이 시장 저 시장 모든 곳을 둘러보게 되면서 나염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리하여 나오게 된 쿠션입니다.
만들어진 쿠션도 의미가 있지만, 이 녀석만큼이나 제가 시장을 많이 들락날락하게 만든 아이도 없을 거에요. 같은 면 원단과 면, 마 혼방 안에서도 좋은 것을 구하려 종합시장을 하루에 한번씩은 한 달 동안 들렸던것 같아요. 더구나 프린트 방식과 나염 방식 또한 알아보겠다고 뛰어다녔었는데 그 모든 시간과 경험들이 제겐 너무 소중하더군요.

조명은 어쩌면 지금 제가 진행하고 있는것들 중에서 가장 ‘상품’ 에 가까운 작품들인것 같아요. 어찌 되었든간에 저는 제품 디자이너니까요? 하하.
사실 학교를 졸업하고선 힘들었던 점 중 하나가 학교의 큰 공장 기기들을 쓸 수가 없으니 뭔가 그때의 작업들만큼 굵직하고 큰 것들을 해 볼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조명의 경우 큰 가공을 거치지 않더라도 쉽게 결과물을 뽑아낼 수 있었죠. 가구를 많이 해 보고 싶었는데 비용과 가공 문제 때문에 스케치로만 남긴 게 조금 아쉽긴 하네요.

이것도 빠뜨리고 갈 뻔했네요. 나염을 하면서 그려본 패턴들이에요.
그러고 보니 일러스트 작업의 절반은 패턴 작업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패턴이 많았어요. 이게 다 나염작업을 한두 달씩, 어쩌면 석 달이 넘게 시장을 돌아다니며 매달렸던 것이기에 그 기간만큼 패턴만 작업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때 그린 패턴들로 선물 겸 엽서들을 만들었었는데, 이는 작업의 결과물일 수도 있고 작업의 중간 과정을 엽서로 만든 것이기도 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외에도 정말 많은 작업들이 있지만 몇 가지로 추려 보았어요. 마무리 포스팅을 위해서 작업했던것들을 정리해보는데 생각 외로 작업들이 많은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학교에서 진행했던 과제들과 성향은 조금 다르겠지만, 학생 때보다도 훨씬 많은 작업들이 진행되어서 많은 작품들을 준비했어요. 그에 따라 좀더 제 색을 찾아가는데 속도를 붙일 수 있었구요. 베네통 블로그에 포스팅하며, 그리고 다른 분들의 포스팅을 보며 여러가지 정보와 시야를 얻을 수 있었고, 이는 제게 많은 영감을 주고 원동력으로 작용했던 것 같아요.
요약하자면 2012년은 베네통과 함께 계속해 왔던 한 해였던 듯 합니다. 2013년은 어떨까, 내심 더 기대해 보게 되네요.
여러분의 내년도 기대할께요!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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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린트 원단의 제작 과정 – 안종우

by Be-Blogger Korea on: 10월 29th, 2012

안녕하세요 안종우입니다.
어느새 추운 계절이 코앞으로 다가왔네요. 계절이 바뀌는 만큼 요즘 들어 소품이라든지 침구류를 바꾸어 볼까 하고 살펴보게 됩니다. 얼마 전에도 쿠션을 만들겠다고 집에서 새로 나염을 했는데요, 하는 과정에 있어서 큰 공장에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제품을 만들어내는지 궁금했습니다. 한두 장의 원단을 저처럼 손으로 하지는 않을테고.. 하여 이들의 공장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지금부터 큰 공장에서 아름다운 컬러의 프린트들이 탄생되는 과정을 보여 드릴께요.

직물에 패턴을 나염하는데 있어 각각의 디자이너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샘플을 만들어 봅니다. 스케치만을 해 보기도 하고, 컴퓨터로 그려 보기도 하고요. 큰 공장에서는 이러한 모든 패턴들을 실제로 나염을 해보며 테스팅할 수 있다는 거죠. 패턴을 디자인하는 과정에 있어 직접 출력하여 실제품으로 볼 수 있다는 건 꽤나 매력적인 일이 아닐까 싶네요. 이렇게 아트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진 패턴으로 기계가 정밀하게 나염을 하게 됩니다. 색 하나당 하나의 나염 판이 필요한데요, 예를 들어서 어떠한 사자가 그려진 패턴인데 사자가 주황색과 검은색, 그리고 노란색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총 3가지 나염판이 필요한 것이지요.

또한 나염 인쇄에서 어쩌면 많이 까다로울 수 있는 부분이 페인트 조합입니다.
집에서 컬러 프린트로 인쇄만 해 보아도 내가 원하는 색이 나오지 않을때가 많은데요, 나염을 위한 페인트 조합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는 컬렉션 코디네이터와 함께 같은 초록색이라도 어떤 초록색이 알맞을지, 그리고 어떻게 색배합을 할지 고민을 하게 되지요. 제가 학부 시절, 제품에 뿌릴 옅은 파란색 페인트를 조합하는 데도 꽤나 많은 페인트를 버려 가며 색을 만들어 낸 것이 떠오르는 광경입니다.
색 배합을 만들어내는 한편, 다른 곳에서는 패턴을 나염하게 될 나염판을 제작하여 샘플 프린팅에 들어갑니다. 이 과정을 통해 이 샘플을 제품화할지 결정하게 되지요.

나염이 되고 나면 여러 기계들을 거쳐서 가열이 됩니다. 나염 후 열이 전해져야 페인트들이 패브릭에 잘 들러 붙게 되죠. 제가 집에서 작업할 때는 따로 방법이 없어 다리미로 열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원단들은 전 세계의 매장으로 뻗어 나가게 됩니다. 원단들은 쿠션이 되기도 하고 가방이 되기도 하며, 의류가 되기도 하지요. 원단의 공정 과정을 보고 나면, 매장에서 제품만 보아도 괜시리 그 과정이 떠오르기 마련입니다. 그들의 숨은 노고들이 틈틈히 보이는 기분이 되곤 하지요. 원단 패턴 샘플의 제작과정이 궁금하셨던 분들께선 오늘 조금은 속이 시원해졌으리라 보아요!

(사용된 이미지와 그림은 www.bigactive.com에서 인용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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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서도 잘해요: 디자이너로서 갖추고 싶은 호기심과 욕심에 대하여 – 안종우

by Be-Blogger Korea on: 5월 17th, 2012

종종 디자인 전공자, 또는 디자이너로서 살다 보면 디자인 작업을 하는 것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마주하게 된다.
일부는 디자인 작업에 대해 적절한 가치를 부여하지 않고 낮추어 보려 들어 불쾌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그와 반대로 디자인을 타고난 재능이 있는 남다른 사람, 소위 gifted people만이 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도 있다. 사실 그리 거창하게 말씀해 주시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에 대한 묘한 부담과 함께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자주 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시작하게 되는 생각은 – 나는 무엇을 창조해야 하고, 그렇다면 그것을 만드는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라는 것이다.
사춘기가 늦게 온 탓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계속되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다 보면, 다른 분야에도 눈을 뜨는 내 자신을 보곤 한다. 아주 어릴 적의 기억을 되살려 보자면, 종종 손에 잡히는 대로 분해하거나 개조해 버리기를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사실 이는 모두 내가 가지고 있던 물건들에 만족하지 못해서였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물건 하나를 사도 다 뜯어 개조를 해 버리든가, 간단한 것이 필요하면 만들어서 썼던 기억이 있다.

뭐, 좋게 말하면 개성 넘치는 물건을 만들고 창조를 일삼는 꿈나무 어린아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사다 주는 족족 다 뜯어서 못 쓰는 물건을 만들어 버리는 ‘마이너스의 손’을 가진 고집센 사고뭉치 어린이였던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내 주변에서 말씀해 주시는, 소위 gifted인지 cursed인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저러한 성격 탓에 아직도 그러한 행동을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 계속 눈에 거슬리던 것 중 하나는 집에 있는 의자 쿠션이다. 어느 순간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한 번 눈에 들어온 이후로 눈을 감고 누워도 뭔가 좋지 않은 기운이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것 같고, 집에 들어설 때도 그 쿠션들이 마치 집에 들이지 말아야 할 무언가를 거실에 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물론 나의 원래 성격이 이러한 것은 아니나, 어떤 부분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는 순간 그 곳으로 계속 생각이 쏠리는 타입이다.
참고로 나는 내가 매우 둥글둥글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자부하는 바이다. …음, 이 이야기는 일단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다.

이렇게 며칠을 보내고 난 후, 결국 쿠션을 새로 만들어 보기로 했다.
우선 쿠션의 사이즈를 측정하고, 그에 맞후어 여러 가지 패턴을 디자인해 보며 원하는 패턴을 결정했다. 그리고 동대문의 원단 시장을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원단을 찾아 몇 번을 헤맨 끝에, 원단을 선택했다. 마지막으로 실크스크린 판을 짜 맞추어 작업실에 가서 나염 작업을 한다.

이쯤 되면 ‘편하게 돈을 주고 사든가 할 것이지, 도대체 왜 더 큰 돈을 들여 가며 사서 고생이냐’ 라는 질문을 할 수도 있다. 물론 그 질문에 논리적으로는 매우 공감하는 바이다. 허나 이렇게 시장을 돌고 제품 제작의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 나에게는 매우 큰 재산이 된다. 또한 제품디자이너는 패션 분야만큼 원단 시장을 자주 드나들 일이 없다 보니, 이런 장소는 내게 천국과도 같다. 그저 원단을 알아보고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하고, 다양한 영감을 받을 수 있다.
조금 다른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정말 외국에서 디자인을 하는 분들이 우리 나라에 와서 동대문 원단시장과 방산시장, 세운상가만 돌아도 ‘아 여기가 바로 천국이로구나’ 싶을 것이다.

어쨌든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내가 배우는 점은 셀 수 없이 많고, 항상 기대했던 것 이상의 것들을 내게 돌려주곤 한다. 참, 재료들을 구경하다 새로운 조명 아이디어를 얻었는데, 이는 조만간 작업하여 베네통 블로그에도 소개해 볼까 한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하라 했던가. 나는 고생을 과소비하며 살겠다는 다짐을 한다.

쿠션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이렇게 정리해 본 것은, 과거의 나뿐만 아니라 디자인 분야에 다가가기 힘들어하는 이들과 이를 통해 디자인에 대한 소통을 해 보고 싶어서이다. 디자인이란 것이 워낙 범위가 넓어 모든 것을 보여 줄 수는 없겠지만,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디자인은 그대가 생각하고 원하는 것을 전개해 나가는 하나의 과정이며, 이는 단순히 ‘시도’라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하나하나 단계를 찾고 나아가는 과정이 그것을 만드는 이에게 얼마나 즐거움을 주고 기쁨을 주는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함께 공감하고 느꼈으면 좋겠다.

그저 작은 시도를 해 보라. 그것이 더 나은 삶을 살게 해 줄 것이고, 세상과 이야기하며 살아갈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알려 줄 것이다. 나 역시 디자인 작업을 할 때마다 앞서 질문했던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꾸준히 찾고 있으며, 그것은 말이 아닌 작업물이 대답해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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