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 아닌 감성을 전하는, CAT RADIO – 안종우

by Be-Blogger Korea on: 5월 9th, 2012

지하철에 들어서면 고개를 숙이고 손 안의 화면만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스마트폰, 아이패드와 같은 기기가 활발하게 보급되면서 우리는 점점 타인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닌, 오롯이 혼자만의 삶을 살게 되었다. 물론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이런 기기들이 주는 편리함과 삶의 행복이 정비례하지는 않는 것 같다.
오늘 이러한 이야기를 꺼낸 것은 ‘라디오’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고자 함이다.

내 또래의 80년대생들이라면 라디오에 대한 기억이 하나쯤 있을 것이다.
내가 주로 듣던 채널은 ‘이본의 볼륨을 높여요’, ‘별이 빛나는 밤에’, ‘배철수의 음악캠프’ 등이 있었다. 좋은 음악도 음악이지만 동년배들이 각지에서 쏘아올리는 사연에 매일 해질 무렵의 시간을 그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보냈었다. 텔넷이 막 보급되기 시작했던 그 시절, 다른 이들의 소식을 들으며 활발히 소통할 수 있었던 매체는 라디오가 유일했다.
물론 지금도 수많은 라디오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과연 스마트한 기기들과 자라는 요즘 아이들은 라디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이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는 내가 어릴 때 라디오를 통해 다른 사람과 교감하며 느꼈던 따뜻한 감정을 지금 그 나이 또래인 세대에게 전해 주고 싶어서였다.
어쩌면 이들 세대에게는 라디오라는 것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라디오를 통해 나와 같은 느낌을 받아 본 적이 없을 세대에게, 최소한 라디오가 어떤 것인지를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어린 세대들에게 이 라디오를 보여 준다고 생각해 보았을 때, 라디오의 기계적인 사용법보다는 ‘이것이 라디오라는 거야’ 정도의 내용을 전달하고 싶었다. 때문에 여러 가지 노브나 숫자 등은 모두 지우고, 제일 필요한 전원과 주파수, 볼륨 컨트롤만 남기기로 결정했다. 기기의 모양은 아이들이 친근함을 느낄 수 있는 반려동물인 고양이이며, 내 디자인 스타일에 따라 최대한 단순화한 형태로 접근했다.

또한 동물의 동작이 곧 이 라디오의 사용법이다. 팔을 돌리면 볼륨이 바뀌며, 몸을 돌려서 주파수를 조절한다. 마지막으로 귀여운 이미지를 더하고자 전원 컨트롤인 꼬리는 토글 스위치 형태를 선택했다.
사실 동물의 팔이 올라가고 몸이 돌아가는 재미를 주는 정도의 움직임을 생각했는데, 만들고 보니 거의 몸을 꺾는 수준이 되어서 이 귀여운 라디오를 사용할 때마다 혼자서 왠지 모를 죄책감을 느끼곤 한다.

언제나 만족스러운 작업을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업은 만족을 넘어 결과물에 대한 소유욕으로 변하기도 한다.
이 라디오의 경우도 어린아이들을 위해 디자인했으나 작업이 끝난 후 간직하고 싶은 마음을 이기지 못해 어린이의 손이 아닌 내 방 책장 안에 자리를 잡은 지 오래이다.

앞으로 세상의 중심을 이루어 갈 세대들에게 라디오는 단지 ‘과거에 존재했던 무언가’가 되어 가고 있다. 어찌 보면 이들에게 라디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 세대들에게 무성영화의 의미에 대해 알려주는 것과 비슷하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비록 과거의 것이지만 그것들은 단순히 물건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여서 이루어진 감성이었다.

만약 지금, 이 라디오가 어린 누군가에게 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나는 이 라디오를 통해, 새로운 세대들과도 교감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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