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잘해요: 디자이너로서 갖추고 싶은 호기심과 욕심에 대하여 – 안종우

by Be-Blogger Korea on: 5월 17th, 2012

종종 디자인 전공자, 또는 디자이너로서 살다 보면 디자인 작업을 하는 것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마주하게 된다.
일부는 디자인 작업에 대해 적절한 가치를 부여하지 않고 낮추어 보려 들어 불쾌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그와 반대로 디자인을 타고난 재능이 있는 남다른 사람, 소위 gifted people만이 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도 있다. 사실 그리 거창하게 말씀해 주시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에 대한 묘한 부담과 함께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자주 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시작하게 되는 생각은 – 나는 무엇을 창조해야 하고, 그렇다면 그것을 만드는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라는 것이다.
사춘기가 늦게 온 탓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계속되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다 보면, 다른 분야에도 눈을 뜨는 내 자신을 보곤 한다. 아주 어릴 적의 기억을 되살려 보자면, 종종 손에 잡히는 대로 분해하거나 개조해 버리기를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사실 이는 모두 내가 가지고 있던 물건들에 만족하지 못해서였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물건 하나를 사도 다 뜯어 개조를 해 버리든가, 간단한 것이 필요하면 만들어서 썼던 기억이 있다.

뭐, 좋게 말하면 개성 넘치는 물건을 만들고 창조를 일삼는 꿈나무 어린아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사다 주는 족족 다 뜯어서 못 쓰는 물건을 만들어 버리는 ‘마이너스의 손’을 가진 고집센 사고뭉치 어린이였던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내 주변에서 말씀해 주시는, 소위 gifted인지 cursed인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저러한 성격 탓에 아직도 그러한 행동을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 계속 눈에 거슬리던 것 중 하나는 집에 있는 의자 쿠션이다. 어느 순간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한 번 눈에 들어온 이후로 눈을 감고 누워도 뭔가 좋지 않은 기운이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것 같고, 집에 들어설 때도 그 쿠션들이 마치 집에 들이지 말아야 할 무언가를 거실에 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물론 나의 원래 성격이 이러한 것은 아니나, 어떤 부분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는 순간 그 곳으로 계속 생각이 쏠리는 타입이다.
참고로 나는 내가 매우 둥글둥글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자부하는 바이다. …음, 이 이야기는 일단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다.

이렇게 며칠을 보내고 난 후, 결국 쿠션을 새로 만들어 보기로 했다.
우선 쿠션의 사이즈를 측정하고, 그에 맞후어 여러 가지 패턴을 디자인해 보며 원하는 패턴을 결정했다. 그리고 동대문의 원단 시장을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원단을 찾아 몇 번을 헤맨 끝에, 원단을 선택했다. 마지막으로 실크스크린 판을 짜 맞추어 작업실에 가서 나염 작업을 한다.

이쯤 되면 ‘편하게 돈을 주고 사든가 할 것이지, 도대체 왜 더 큰 돈을 들여 가며 사서 고생이냐’ 라는 질문을 할 수도 있다. 물론 그 질문에 논리적으로는 매우 공감하는 바이다. 허나 이렇게 시장을 돌고 제품 제작의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 나에게는 매우 큰 재산이 된다. 또한 제품디자이너는 패션 분야만큼 원단 시장을 자주 드나들 일이 없다 보니, 이런 장소는 내게 천국과도 같다. 그저 원단을 알아보고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하고, 다양한 영감을 받을 수 있다.
조금 다른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정말 외국에서 디자인을 하는 분들이 우리 나라에 와서 동대문 원단시장과 방산시장, 세운상가만 돌아도 ‘아 여기가 바로 천국이로구나’ 싶을 것이다.

어쨌든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내가 배우는 점은 셀 수 없이 많고, 항상 기대했던 것 이상의 것들을 내게 돌려주곤 한다. 참, 재료들을 구경하다 새로운 조명 아이디어를 얻었는데, 이는 조만간 작업하여 베네통 블로그에도 소개해 볼까 한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하라 했던가. 나는 고생을 과소비하며 살겠다는 다짐을 한다.

쿠션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이렇게 정리해 본 것은, 과거의 나뿐만 아니라 디자인 분야에 다가가기 힘들어하는 이들과 이를 통해 디자인에 대한 소통을 해 보고 싶어서이다. 디자인이란 것이 워낙 범위가 넓어 모든 것을 보여 줄 수는 없겠지만,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디자인은 그대가 생각하고 원하는 것을 전개해 나가는 하나의 과정이며, 이는 단순히 ‘시도’라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하나하나 단계를 찾고 나아가는 과정이 그것을 만드는 이에게 얼마나 즐거움을 주고 기쁨을 주는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함께 공감하고 느꼈으면 좋겠다.

그저 작은 시도를 해 보라. 그것이 더 나은 삶을 살게 해 줄 것이고, 세상과 이야기하며 살아갈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알려 줄 것이다. 나 역시 디자인 작업을 할 때마다 앞서 질문했던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꾸준히 찾고 있으며, 그것은 말이 아닌 작업물이 대답해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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