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nts + People: 회화 작가, 우혜지 – 박미진

by Be-Blogger Korea on: 3월 28th, 2013

안녕하세요. 박미진입니다.
제가 여태껏 포스팅했던 베네통 블로그의 글 중 전시회 후기 대한 글이 많았는데, 생각해 보면 그 전시들을 거의 한 친구와 함께 보러 다녔었어요. 이 친구에게 추천을 받아 다녀온 전시도 많았고요. 우리는 예고를 다닐 적에 친구로 인연을 맺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우정을 쌓아 가고 있습니다.

오늘 우혜지양을 제 친구가 아닌 작가로서 소개해 드릴 수 있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개인적으로도 혜지양의 그림을 무척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써, 그녀와 함께 그녀의 작품을 꼭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럼 우혜지양과의 인터뷰를 시작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당신은 누구이며,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저는 회화를 주로 작업하고 있는 우혜지라고 합니다.

언제부터 그림을 좋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림을 시작한 건 아주 어릴 적부터 였습니다. 제가 다섯 살 남짓할 때부터 저희 부모님께서 크레파스와 스케치북을 제 손에 쥐여 주셨고, 예술중학교와 고등학교, 미대를 진학하기까지 제 삶에 있어 그림을 놓아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예술에 노출되어 살아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예술이란 것이 제 삶의 일부가 되었고, 장르 불문 음악이든 영화든 예술 그 자체를 좋아하게 되었죠. 하지만 제가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회화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회화가 가지는 자율성과 직접성이 저의 주관적 감성과 내면의 순수성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요즘 하는 작업은 주로 어떤 작업인가요?
저는 작업을 통해 사라지는 것에 관해 이야기해 왔습니다. 이 세계의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졌고, 사라지고 있고, 사라질 것입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순리일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사라지는 것들이 그저 사라지는 것이 아닌 물리적인 사라짐일 뿐이라 생각합니다. 사라지는 모든 것들은 순환하여 무엇이든 남길 것입니다. 그것은 인간의 가슴 속에 기억되고, 우리가 숨 쉬는 대기 속, 이 세계의 땅 위에 남을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작업하는 데 있어 그 사라지는 것들을 시각적으로 기록하고, 그 사라진 빈 곳에 대한 상실에 바탕을 둡니다. 나의 그림은 일종의 영정사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라지는 모든 것들을 기념하고, 그것의 본질적 가치를 기록하여, 우리의 가슴 속에 기억되게 하는 것이 내가 작업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제 작업과정은 형상이나 이미지를 완성시킨 후 지워내는 과정에서 존재 자체와 상실에 대한 답을 찾아 나갑니다. 저는 물성들을 흘려서 작업을 완성시킵니다. 캔버스에 점을 찍고, 물감을 흘려 내리면, 그것은 제가 원하는 곳으로 흘러내려 갈 수도 있고, 때론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하죠. 그래서 제 작업은 처음의 의도와 마지막 결과물이 많이 다른 편이에요. 이것은 때론 우리의 삶과도 아주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Things left by something disappearing #2 | 2009 | Oil painting on the canvas | 40x26cm

작업을 시작하게 계기가 있나요?
이 세계의 모든 것들은 그것이 존재하는데 작든 크든 간에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작업을 선물 받은 작은 장미 한 송이에서부터 시작하였습니다. 꽃이라 하면 향기만을 내야 하는가. 저는 시들어가는 장미를 보며,  그것을 준 사람을 생각하고, 또 그 꽃 한 송이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며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곧 사라질 그것에 대한 상실감을 캔버스 안에 채우려 했습니다.

파인아트를 지향하는 이유가 있나요?
저 자신의 철학이나 개념을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순수미술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백지 위에 글을 쓰는 기분이랄까. 하지만 사실 저는 예술에 있어서 장르를 잘 구분하지 않는 편입니다. 게다가 요즘은 응용미술, 혹은 디자인, 건축에도 자신의 관념이나 개념을 투영하여 표현하는 깊은 작품들이 많이 있어서, 저도 후에 기회가 된다면 다른 장르에 있는 분들과 콜라보레이션하여 작업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그림을 그리면서 난관에 봉착할 때가 있다면 어떤 때인지, 그리고 어떻게 극복해 나가시는지.
모든 작업하는 사람들이 그렇듯이 저도 슬럼프가 찾아올 때가 많습니다. 제가 작업하고 있는 개념은 꽤 포괄적이기에 콘텐츠 고갈은 자주 없지만, 보통 모든 작업들이 우연을 통해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실 작업 초기부터 과정까지 결과물을 예상할 수가 없죠. 어떤 때엔 예상 밖의 좋은 결과를 얻기도 하지만, 사실 좋은 결과물보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물이 대부분입니다. 그런 결과물이 연속적으로 나올 때면, 슬럼프가 찾아오죠. 그럴 땐 그냥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든 캔버스를 떼어버립니다. 그리고 거기에 새 캔버스 천을 두르고, 하얀 젯소를 바르며 밑작업을 하며 생각을 비웁니다. 밑작업을 하는 것은 저에게 있어 일종의 명상과도 같습니다.

유학을 가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혹시 유학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사실 제가 조언을 해 줄 입장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유학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지, 그것이 내 삶의 목표로 가는 어떠한 계단이 될 것인지 정확히 알 때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석사과정을 통해 제 작업을 조금 더 구축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였기에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Circulation #3 | 2011 | Water-based coloured pencil and rainwater on the paper | 29x37cm

평소 베네통에 대한 생각은 어떠셨는지 당신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베네통을 생각하면 다채로운 컬러와 전사회적, 전인류적 캠페인들이 떠오릅니다. 패션이라는 것을 통해 대중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소통하는 것이 패션브랜드라는 역할 그 이상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About things we cannot control | 2011 | Water based coloured pencil on the paper | 40x26cm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일단 지금까지 해왔던 개념으로 작업을 계속해서 진행할 생각이고, 회화뿐 아니라 영상과 설치작업도 구상 중입니다. 그리고 몇일 전 영국의 alternative action sports and lifestlye brand인 EXTREME에서 콜라보레이션 제의를 받아 지금 논의 중에 있습니다. 회화에만 종속되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통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작가가 되는 것이 제가 작업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바입니다.

우혜지 씨의 더 많은 작업은 www.hyejiwoo.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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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fty Years of Works on Paper: 사이 톰블리Cy Twombly – 이현주

by Be-Blogger Korea on: 8월 23rd, 2012

안녕하세요. 이현주입니다. 유난히 무더웠던 올해 여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네요.
저는 제 원래 전공인 의류학 외에,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미술사도 함께 공부하고 있어요. 미술사 공부를 하면서 가장 좋은 점 중 하나가,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담은 화집을 자주 보게 된다는 것이에요.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작가인 사이 톰블리Cy Twombly의 작품들을 보여 드릴 거에요. 사이 톰블리는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작가로, 강렬한 컬러들과 무심하게 끄적거린 듯한 낙서 같은 작품들이 인상적인 아티스트입니다.

Fifty Years of Works on Paper는 사이 톰블리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책이에요.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가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언뜻 보면 마치 낙서 같은 그림들만 가득한데, 책장을 넘길수록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그림들에 깊은 인상을 받았답니다. 사이 톰블리의 그림은 공격적이지만 우아하고, 야만적인 듯하지만 아름답지요. 이 표지는 안의 그림에 비하면 심심해 보일 수도 있는데, 특유의 붓터치가 잘 살아 있어서 그의 작품을 명확하게 보여 주는 느낌이에요.

톰블리의 대표적인 스타일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에요. 낙서 같은 드로잉들과 회화, 그리고 글자들이 혼합되어 있어 페인팅이라기보다 마치 잡지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네요. 저는 이 작품을 보면, 동화 속에 나오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마을이 떠올라요. 낙서처럼 끄적인 선들이 마을의 초대장에 쓰인 글귀 같기도 하고요. 어떤 마을일지 상상이 되시나요?

강렬한 색채가 인상적인 이 작품은 작가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듯 해요. 거친 붓터치와 물감을 뿌린 듯한 질감이 미국의 대표적인 추상표현주의 작가인 잭슨 폴락의 작품들과도 비슷합니다.
잭슨 폴락의 작품들은 회화의 상하를 구분할 수 없는 전면페인팅인데, 이 작품은 어떤 쪽을 상하로 놓느냐에 따라 작품의 스토리가 달라지는 듯한 느낌이네요. 저는 이 작품의 왼쪽 모서리를 아래로 하고 놓고 보았을 때 가장 좋았답니다. 마치 노을이 지는 때의 빨간 튤립꽃밭을 그려놓은 듯하거든요.

이 페이지는 이 책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페이지에요. 꽃을 그린 듯 보이지만 뚜렷한 형태나 윤곽선 없이 색점들을 이용하여 몽환적이고 부드러운 느낌이 참 좋아요. 알록달록한 색에 두루뭉술한 모습이 달콤한 솜사탕같기도 하네요! 이 작품의 제목은 프로테우스Proteus랍니다. 프로테우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변장술에 뛰어난 바다 신의 이름인데, 작고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아 늦게서야 발견된 해왕성의 가장 작은 위성에 이 이름이 붙었다고 해요. 톰블리는 이 신비롭고 아름다운 그림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여러 가지 미술 작품들을 보다 보면 색채나 선, 구성 등에서 영감을 받는 경우가 많답니다. 처음엔 저도 미술 작품은 어렵기만 하고 낯설었는데, 어느 정도의 미술사적 상식을 갖고 조금씩 작품들을 대하다보니 작품을 분석하는 것도 재미있고, 저 나름만의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도 재미있더라구요. 여러분도 차근차근 개인적인 감상 위주로 미술을 접하고, 그 매력에 빠져보시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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